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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과 ADHD

기면증과 ADHD의 상관관계, 나의 이야기

by Summeride 2025. 2. 21.

아이가 틱증상을 보이고 ADHD가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며, 나는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학생이었다. 그러다 5학년때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고 재미가 있었으며 어느정도 학습을 하면 남들보다 높은 성적을 거두곤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수재는 아니었고, 높은 차원의 사고를 해야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버거웠고, 노력대비 성과가 잘 나오는 편에 속하는 정도라고 해야할까. 아들처럼 저학년때는 학습을 따라가기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딱히 잘해야한다고 푸쉬하는 가족도 없었기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뿐. 이렇게 학습적인 부분은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기억이 나는 부분은 항상 수업시간에 너무나도 졸렸다는 것이다.

 

밤 늦게까지 친구에게 편지를 쓰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내 사춘기 시절의 낙이었던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밤이되면 눈이 말똥해지고, 아침이 되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일어나 학교에 가는 것이 지옥같았던 기억과 학교에 가면 너무나 자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자다가 집에온 적도 있을 정도였으니. 시험기간에는 밤새워 초인적으로 공부를 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본 기억이 난다. 요즘은 ADHD 증상 중 과몰입 상태 였던 게 아닐까? 생각도 한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는데 하나에 꽂히면 엄청 몰두해서 공부하기도 했다. 공부양에 비해서 성적이 잘 나왔던 것은 어떤 것에 꽂혔을때, 또는 긴급할때 몰입해서 파고들었기 때문 아닐까 싶다. 

 

몇년 전, 주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었을 때, 집에서 너무나 잠이 오고 집중이 안되고 업무 성과도 떨어져 점점 힘들어지던 어느날이었다. 병원에 가서 내가 ADHD가 아닌지 확인해보고, 약을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살아가는데 여태 크게 지장은 없었지만 공부를 할수록 나의 ADHD증상이 의심됐다.혹시 추후에 우리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지 어떨지 알고싶기도 했고...


병원에서는 간단한 검사와 함께 선생님께 현재 상태와 지금까지 살아온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드렸다. 선생님깨서는 어린시절 문제가 없었다면 갑자기 ADHD가 나타나는 경우는 없기때문에 진단하기는 어렵다고 하시면서 밤에 안정제를 먹고 일찍자고 푹 자는 등 수면습관을 개선해보고 그래도 집중이 잘 안되고 잠이 오고 문제가 있는 경우. ADHD 약을 복용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한달 반 정도를 수면습관 교정을 진행하고. 결국은 콘서타를 복용하기에 이르렀다. 콘서타를 처음 낮은 용량으로 먹어봤을 때. 정말 놀랐다. 이렇게 머리가 깨끗하고 집중이 잘된다니! 가장 좋았던 것은 낮에 졸리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픈 에너지가 솟아난다는 것이었다. 하고싶은건 많은데 항상 졸리고 에너지가 없어 힘들었던 나에게는 정말 너무나 감사한 약이었던 것이다. 일찌감치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약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처음의 그 또렷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고 멀쩡한 정신으로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나에게 ADHD 약이 효과를 보이면서 나의 항상 졸린 상태 - 경미한 기면증이 아닌가 싶다 - 와 ADHD와의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관련 내용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두 질환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조절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겹치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기면증과 ADHD의 상관관계

기면증(narcolepsy)과 ADHD(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 이 두 상태 간의 연관성을 탐구한 논문들이 의학 및 심리학 연구에 다수 존재.
 

1. 기면증과 ADHD의 공통점

  • 도파민과 신경전달물질: 기면증은 주로 오렉신(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으로 발생하며, 이는 수면-각성 조절에 영향을 미칩니다. ADHD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습니다. 두 상태 모두 뇌의 보상 시스템과 주의 집중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 회로와 연관이 있어, 증상에서 유사성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 주의력 문제: 기면증 환자는 졸림이나 갑작스러운 수면 발작(수면 발작)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이는 ADHD의 주의력 결핍 증상과 겉보기에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 충동성: 기면증 환자 중 일부는 감정 조절이나 충동성 문제(예: 감정에 따른 탈 억제 행동)를 보이는데, 이는 ADHD의 과다 행동이나 충동성과 겹칠 수 있습니다.

2. 연구에서의 연관성

  • 일부 연구에 따르면, 기면증 환자(특히 소아) 중 ADHD로 오진되거나, ADHD 증상을 함께 보이는 경우가 꽤 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졸림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ADHD의 부주의 증상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2013년 연구(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서는 기면증 환자의 약 15-30%가 ADHD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고 보고했습니다. 반대로, ADHD 환자 중 일부는 과도한 주간 졸림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 그러나 이 둘이 근본적으로 동일한 질환은 아니며, 기면증의 경우 수면 조절 이상이 핵심이고, ADHD는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의 장애가 주된 특징입니다.

 

3. 구분점

  • 수면 패턴: 기면증은 주간 졸림, 수면 발작, 입수면 환각(hypnagogic hallucination) 같은 뚜렷한 수면 관련 증상이 특징입니다. ADHD에서는 이런 증상이 없고, 주로 행동 및 인지적 어려움이 두드러집니다.
  • 진단: 기면증은 다중 수면 잠복기 검사(MSLT)나 뇌척수액 오렉신 수치 측정으로 명확히 진단되지만, ADHD는 행동 관찰과 심리 평가를 통해 진단됩니다.

기면증과 ADHD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겹칠 수 있고, 특히 어린이의 경우 오진 위험이 있습니다. 만약 기면증 환자가 ADHD 증상을 보인다면, 이는 기면증 자체의 결과일 가능성(졸림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등)이 크거나, 두 질환이 동반(comorbidity)되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ADHD 환자가 졸림을 호소한다면 수면 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기면증치료에서 콘서타의 역할 

콘서타는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중추신경 자극제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에 주로 사용됩니다. 또한, 기면증 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콘서타는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각성 효과를 나타내므로, 기면증 환자의 주간 졸림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주의사항:
    • 콘서타는 기면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입니다.
    • 콘서타는 불면증, 불안, 심혈관계 부작용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과 감독하에 사용해야 합니다.
    • 기면증 환자에게 콘서타를 사용할 때는 다른 기면증 치료제와 병용하거나, 수면 습관 개선 등 비약물적 치료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찾아본 바로는 나의 증상은 기면증에 가까운 듯 보이고 기면증으로 인해 수면이 부족해서 일상생활이 힘든 부분을 중추신경자극제인 콘서타 복용시 각성효과로 잠이 오지 않도록 교정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에게 ADHD성향이 아주 없다고도 볼 수도 없다. 사실 나는 기술, 예술, 경영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오랫동안 다양한 일을 해왔다. 내가 몸담은 분야가 항상 새로운 업무를 추진해야하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은데 난 항상 새로운 것,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것이 적성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고 단순히 내 발전적인 성향(!)이라고만 생각해왔던 것이다. 지나고 보니 인내심이 없고, 반복되는 것을 못하고, 지루한 것을 못참는 딱 ADHD성향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렇게 한 1년 넘게 현재까지 매일 콘서타를 복용하고 있다. 가장 작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크게 문제가 없어, 내 몸무게인 성인이 복용하는 용량만큼(54mg) 늘렸을때 가슴두근거림 등 몸이 매우 힘들어졌었다. 그래서 현재는 18mg~24mg 정도를 복용하는 중이다. 가끔은 너무 푹 자고싶은데 콘서타때문에 잠을 못자는 경우도 있다. 계속 복용하다 보니, 에너지를 너무 끌어다 써서 빨리 늙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은 일을 해야하니 한 10년동안은 쭉 복용해야 할 것 같다. 다른 기면증 치료제가 있는지 시도해본적이 없어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졸림 증상이 있는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 기록을 남긴다.